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내가 사랑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아픈 작가 노희경.
최근 그녀의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절대 책은 내지 않으려 했으나 그녀가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를 부탁하기 위해 방문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급조한 티가 여기저기서 뚝뚝 흐른다. 들고 다니기 좀 민망한 표지부터 해서 싸구려 시집처럼 내지는 공간을 메우기 위한 그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내용의 1/3은 얼마나 방영한 드라마의 내레이션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구성이 실망스러운 것이지 그녀의 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있는 노희경은, 그녀도 인정했듯 산문작가보다는 극작가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우.정.사 라고 불리며 거짓말과 더불어 마니아드라마의 효시가 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통해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배용준, 김혜수, 윤손하, 이나영 등 지금 기준으로는 초호화 캐스팅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나영이 국어책을 읽는 수준의 신삥조연으로 출연했었다. 버벅대는 이나영의 연기는 무시할만큼 내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로 기억에 남아있다. 드라마는 가난이 지긋지긋한 남자가 돈이냐 사랑이냐를 고민하다 결국 사랑을 선택하지만 불치병으로 죽게 되는 진부한 신파극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진부한 소재를 넘어 수준 높은 사람이야기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살을 붙이거나 치장하지 않아도 와닿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물들 덕인 듯 하다. 조금은 허구적인 주인공들 주변의 사람냄새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현실적인 대사들. 내가 노희경의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녀의 드라마에는 뾰족한 대사로 상처를 주고 상처가 났도록 약도 발라주고 흉터를 보며 추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드라마가 세상을 조금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쓴다는 노희경의 바람처럼 나 또한 그녀의 드라마를 통해서 묵은 상처가 치유되고 그로인해 세상을 새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길 바라본다.
- 2009/02/0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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